
- [잡담]
- 우리 작은아버지에 대해 기사가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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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현대문학』에 중편 「캥거루가 있는 사막」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래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온 해이수의 첫 소설집. 지금 이곳을 버리고 멀리 떠나는 사람들, 그랬다가는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 저 멀리 호주까지 가서도 인생이 막막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짙은 페이소스가 섞인 따뜻한 웃음을 자극한다.
특이하다면 특이하게도, 해이수 소설은 절반이 호주가 배경이다. 등단작인 「캥거루가 있는 사막」부터가 현실의 속박에서 도망친 주인공의 호주 여행기이며, 「우리 전통 무용단」은 괄괄한 할머니 관광단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현지 가이드의 이야기, 「어느 서늘한 하오의 빈집털이」는 아내로부터 야반도주, 아니 주반도주하는 선배의 이사를 돕는 유학생의 이야기이다. 또 중편 「돌베개 위의 나날」은 영주권을 얻어 호주 이민이 되고자 하는 젊은 유학생 부부의 신산한 삶을 그린다. 주인공 사내는 아내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밑바닥 청소일에 나서지만 같은 한국인 청소업자에게 임금을 떼이고, 그 돈을 받아내기 위해 악전고투한다. 이쯤 되면 전형적인 해외이민수난사를 떠올릴 법도 한데, 해이수가 그리는 호주에서의 삶은 갑갑하고 처참할지언정 비통하거나 울분하지는 않다. 짙은 페이소스를 띠고 있으되 어딘가 아이러니한 웃음기마저 감돈다. 귀빈 여자 화장실에서 막힌 변기를 맨손으로 뚫어야 하는 참담한 현실이지만, 불법체류자임이 적발되어 한국으로 쫓겨나게 된 「돌베개 위의 나날」의 선배는 그저 “하, 참, 시드니에서 사는 게 참 똥 같다” 하고 피식거리며 싼 맥주 한 병을 나발 불고 만다. 해이수에게 호주라는 이방은 지금 여기를 벗어난 낯선 장소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생활공간이다. 비참한 이산도 아닌, 유쾌한 유목도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생활’이 해이수의 호주 이야기이다. 간혹 어떤 여행자들은 절망을 의탁할 공간을 찾아 ‘캥거루가 있는 사막’을 헤매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그가 발견하는 것은 앞으로만 달리다가 죽게 되어 있는 캥거루의 운명일 뿐, 호주는 그의 절망을 소진시키고 다시 그를 현실로 되돌려놓을 것이다.
호주가 무대가 아닌 해이수의 다른 소설들은 또 다르다. 「몽구 형의 한 계절」은 온갖 폼은 다 잡으면서 매일같이 빈둥거리기만 하는 자칭 소설가 몽구 형의 이야기, 「출악어기」는 아들에게 논어 맹자를 가르치고 한시를 읊으며 자신의 유랑을 낭만으로 채색하지만 실상은 숨겨둔 첩을 보기 위해 집을 비우는 것일 뿐인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들은 이윽고 아버지의 허위를 알게 되지만, 역설적이게도 결국은 스스로 아버지와 같은 유랑의 길을 택한다. 그리고, 그랬던 그가 「환원기」에서는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이 타계한 다음에야 돌아와 스승의 가르침을 뒤늦게 깨닫고 자신의 경솔을 한탄한다. 해이수 자신의 소설쓰기에 대한 알레고리로도 읽힐 이 소설들은 각각의 작품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도 어떤 성장의 구조를 이루고 있어 흥미롭다. 요컨대 그는 아버지의 낭만이 허위인 것을 알게 되지만 또한 자신도 그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아버지와 같은 유랑의 길을 떠났고, 앞서 간 형을 지켜보며 그 길의 실패와 곤궁을 깨달았으며, 이윽고 다시 돌아와 아버지의 질서와 화해를 꾀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해이수 소설의 그 다음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작품마다 다양한 관심과 주제를 담아내고자 하는 그의 성실함, 그리고 안정적인 구성의 묘와 유창한 필력이, 그가 앞으로 펼쳐 보일 이야기가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또다른, 여기에서 몇 발짝 더 나아간 것이 될 것임을 확신하게 한다. 그런 것이 탄탄한 신예를 만나는 흔치 않은 반가움 아닐까.
<선정평>
해이수의 첫 창작집은 한 개성적인 이야기꾼의 등장을 알린다. 사회 속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거나 주류에서 밀려나 ‘돌베개 위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인물들을 즐겨 다루는 그의 소설들은 유머러스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에 실려 독자를 쉽게 끌어들인다. 간혹 요설이 승한 대목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절실하고 절박한 그 무엇을 향한 감각이 소설의 행간에 살아 있다는 독후감은 이 작가의 작업에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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